[앵커멘트]
2020년 트로트가 대중가요의 대세로 떠올랐다면 1930년대엔 우리 고유의 대중가요인 '만요'가 있습니다. 익살과 해학이 넘쳤던 이 코믹송의 이면에는 당시 우리나라의 암울했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요. 코로나19로 지친 주민들의 문화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만요 음악극을 열렸습니다. 김민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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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음 : ♬ 오빠는 풍각쟁이야 (1938) ] 오빠는 풍각쟁이야 머 오빠는 심술쟁이야 머 난 몰라 난 몰라 내 반찬 다 뺏어 먹는 건 난 몰라
직설적인 가사와 간드러지는 콧소리가 트레이드마크인 노래.
1938년 발매된 '오빠는 풍각쟁이야'는 맛있는 음식 다 빼앗아 먹고 공연 구경은 혼자 가는 오빠를 험담하는 내용입니다.
당시 파격적인 가사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이 코믹송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달랬주던 '만요'입니다.
[인터뷰 : 김보성 / 출연진 ('이난영' 역) ] 1930년대 사진과 영상을 보면 옛스러움도 있고 세련된 것도 같이 섞여있는데 만요 역시 일본의 엔카나 스윙재즈가 가미돼서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래와 연극을 결합한 만요 음악극이 국악평론가 윤중강 씨의 해설과 함께 무대에 펼쳐졌습니다.
그 시절 아버지가 즐겨 듣던 히트송은 쉬운 멜로디와 특유의 유머로 세대를 아우르는 장르가 됩니다.
[인터뷰 : 김성주 / 공연 기획사 대표 ] 레트로와 뉴트로라는 트렌드가 말해주듯이 옛 문화에 대한 그리움과 호기심이 공존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만요를 소재로 한 공연이 앞으로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월 관악아트홀 재개관을 앞두고 열린 이번 공연은 코로나19로 문화생활에 갈증을 느꼈던 주민들을 위해 마련됐습니다.
특별히 초청된 관람객 30여 명은 공연장 내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음악극을 즐겼습니다.
[인터뷰 : 정계영 / 관람객 ] 우리는 6.25를 겪었기 때문에 그 시절 옛날 가수들 이름은 일일이 기억 못하지만 감회롭게 떠오르더라고요.
[인터뷰 : 김은 안상순 봉귀순 서미자 / 관람객 ] 여유를 도무지 누리지 못하고 있었잖아요. 모처럼 이렇게 숨 쉴 수 있는 것 같아요. 문화적인 공간에서…
암울한 시대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담은 만요.
'오빠는 풍각쟁이 만요 이야기'는 오는 18일과 20일, 22일 현대HCN 채널 1번에서 방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