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지난해 인헌초등학교가 석면 공사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죠. 당시 학부모들이 부실한 석면 공사를 규탄하며 집회까지 여는 등 교육당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관악구 5개 학교가 석면 해체·제거 공사를 하고 있는데요. 석면 공사 과정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은 여전합니다. 박주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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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시설 석면 해체·제거 공사 가이드라인입니다.
인헌초를 비롯한 일부 학교의 석면 공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들이 담겼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공사 과정이 절차에 맞춰 제대로 이행됐는지 점검하는 학교석면모니터단을 운영토록 한 겁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교석면모니터단은 학교장, 또는 교감이 단장을 맡고, 학교 석면건축물관리인과 학부모, 감리인, 외부 전문가, 그리고 시민단체로 구성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 인터뷰 : 서윤기 /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 시민단체 회원들이야말로 자유로운 입장이에요. 꼭 학부모 편을 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꼭 학교 편을 들어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분들의 의견이 굉장히 중요한 거죠. 제3자 입장에서 공정하게 할 수 있는 분들….
그러나 이번 겨울방학에 석면 공사를 하는 관악구 소재 학교 5곳 모두 시민단체를 배제한 채 석면모니터단을 구성했습니다.
[ 전화인터뷰 : A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인원이 많아지면 일정을 맞추기 힘들 것 같고, 필수 요소도 아니기 때문에 배제하는 것으로 학교 방침을 정했습니다.
한 학교는 모니터단에 석면 공사를 경험한 학부모들이 포함돼 있어 충분히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합니다.
[ 전화인터뷰 : B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학부모님들이 인헌초에서 석면 공사 관련해서 활동 많이 하신 분들이라서 굉장히 전문적인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충분히 경험이 많아서 이렇게만 구성해도 되겠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석면모니터단 구성은 각 학교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 전화인터뷰 :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음성변조) ] 학교 측의 의견을 먼저 확인하고요. 학교 측에서 따로 시민단체를 (포함) 안 하겠다고 하시면 그냥 없이 가는 경우도 있고….
시민단체는 자신들의 감시 행위가 공사 지연으로 이어질까 우려해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학교 측이 학사 일정을 맞추는 데 급급해 공사의 안전성을 포기한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인터뷰 : 방은영 /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 자기들끼리 조용히 해서 제대로 끝나면 상관이 없는데 여태껏 그런 적이 없었잖아요. 그래서 모니터단에 시민단체, 외부업체를 넣은 거고…. 이거(시민단체)를 배제하면서 이 공사는 제대로 되어 가고 있는 건지, 매뉴얼대로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법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아무도 감시를 할 수 없는 거예요.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방학 기간 석면 해체·제거 공사를 한 서울시내 학교 32곳 중 18곳에서 공사 후 석면 잔재물이 검출됐고, 6곳은 검출이 의심됐습니다.
절반 이상의 학교에서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며 시민단체를 모니터단에서 제외한 지역 학교의 결정에 주민들은 불안감을 드러냅니다.
특히 지난해 부실한 석면 공사로 논란이 일었던 인헌초 사태를 겪은 일부 학부모들로서는 우려의 시선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 인터뷰 : 정수영 / 학부모 ] 우리 아이가 이제 중학교를 가는데, 사실 지난해 인헌초에서 입학하는 아이들이 (개학이) 한 달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학부모 입장에서 참 불안한 게 인헌중이나 인헌고에서 이런 사태가 또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아직까지도 막연히 있다는 거죠.
결국 가이드라인이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에 그치다 보니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가이드라인 준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 인터뷰 : 임재훈 / 국회의원 ] 의무 규정을 두면 아무래도 일선 학교에서 부담을 갖고 투명하고 완벽하게 제거 작업에 임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제거 작업 이후에도 반드시 보고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통해서 일종의 감시, 관리 감독이 원만하게 되지 않을까….
[ 스탠드업 : 박주현 기자 / romanticpjh@hcn.co.kr ] 석면 공사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인헌초 사태가 일단락된 지 아직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보다 안전한 석면 공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음에도, 약속이나 한 듯 석면모니터단에서 시민단체를 배제한 학교 행정에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2의 인헌초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석면 공사 절차를 보다 철저히 점검하고 감시하려는 교육당국의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