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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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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박종철기념관 사업 난항…건립 취지 살릴 수 있을까

박주현 기자2019.10.16
[앵커멘트]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관악구에서는 박종철 열사의 민주주의 정신을 기리고 널리 알리기 위해 기념관 건립 사업이 추진돼 왔는데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기념관이 지난 6월 이미 준공됐어야 하지만, 여전히 착공조차 이뤄지지 못 하고 있습니다. 열사를 기리는 사업의 취지가 자칫 퇴색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러운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 박주현 기자가 들여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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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음 : 박처장 역(배우 김윤석) / 영화 <1987> 中 ]
그 학생이 겁에 잔뜩 질려가지고 조사관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응?

[ 현장음 : 영화 <1987> 中 ]
군부독재 타도하자! 타도하자! 타도하자!

지난해 1월 박종철거리로 선포된 대학5길.

영화 <1987>의 흥행과 맞물려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당시 박종철기념관 건립을 위한 민·관합동추진위원회도 발족하면서 열사를 기념하는 사업이 본격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계획대로라면 지난 6월 준공됐어야 할 박종철기념관은 여전히 모습을 찾을 수 없고, 거리에는 열사를 기리는 추모 동판과 벽화만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거리에 대한 관심도 급속히 식어버린 분위기입니다.

[ 인터뷰 : 서울대학교 재학생(음성변조) ]
좀 형식적으로만 해놓은 것 같죠.

당초 관악구는 박종철거리의 한 식당 건물 부지를 매입해 기념관을 신축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구상은 얼마 안 가 어그러지고 맙니다.

기념관 신축사업의 경우 서울시의 투자심사 규정 상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해야 하는데, 문체부 관계자와의 면담 결과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겁니다.

서울시 자치행정과 또한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현장인 전 남영동 대공분실, 현 민주인권기념관이 용산구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중복 투자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면서 사업 추진은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결국 민·관합동추진위원회는 절차 상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센터' 형식으로 건물을 조성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매입을 계획했던 부지의 주인이 매매를 거부한 데 이어 대안으로 알아본 인근의 다른 부지 또한 협상 과정에서 난항을 겪은 겁니다.

[ 인터뷰 : 최흥락 / 관악구청 문화관광팀장 ]
저희가 노력을 해봤는데 그 쪽이 워낙 상권이 형성돼서 상가들이나 도로변 부지는 가격을 너무 터무니없이 제시해서 우리 재정 상 부지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추진위는 결국 지난 7일 1년여 만에 열린 7차 회의에서 도덕소공원 부지 내 건물을 새단장해 박종철센터를 조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박종철거리와 연계한 문화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매입 절차를 밟고 있던 건물이었지만, 기념관 건립 부지 마련에 실패하면서 신축 대신 차선책으로 이 건물의 리모델링을 택한 겁니다.

이를 위해 구는 오는 12월이나 내년 1월 도시계획 변경을 통해 기존의 소공원을 문화공원으로 바꿔 건폐율을 올리는 등 센터 건립을 위한 사전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박종철센터로 리모델링될 건물의 폭과 면적이 상당히 좁아 센터를 찾을 방문객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 인터뷰 : 이현주 / 1987 박종철센터 건립 민·관합동추진위원회 부위원장 ]
가장 좁은 곳은 2m가 채 되지 않습니다. 최소 30명 정도가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이 가능하게 나와야 하는데, 현재 이 건물의 폭이 너무 좁아서 그런 것들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됩니다.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여건이 이렇다는 점을 수긍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신축할 수 있는 방안을 끝까지 타진해봐야 하지 않나….

작은 건물 규모 탓에 박종철센터 건립의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시민들의 외면을 받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

일각에서는 사업 추진에 앞서 절차를 꼼꼼히 살펴보고, 부지 매입도 어느 정도 이뤄진 상황에서 기념관 건립을 공론화했다면 불필요한 행정적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합니다.

[ 전화인터뷰 : 서원주 / (사)한국박물관학회 부회장 ]
사전에 충분히 합의한 상황에서 부지 매입이 이뤄지고, 또는 펀드레이징(모금활동)이라든가, 기증이 이뤄졌으면 이런 문제가 적었을 것 같은데, 또 그런 계획이 확실히 세워지기 전까지는 이런 것들이 보안 유지가 좀 돼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계획이 먼저 크게 발표가 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나중에 접근하다 보니까 그 사이에서 여러 가지 이해득실이라든가, 주민들의 찬반이 갈리지 않았나….

그렇다면 박종철센터가 본래의 취지 아래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구청에 따르면 박종철센터의 연면적은 300㎡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가 될 전망.

연면적 334㎡,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규모가 비슷한 이한열기념관을 선사례로 참고할 만합니다.

지난 2005년 개관한 이한열기념관의 경우 연 방문 인원이 2011년 기준 4백 명 수준에 그쳤지만, 2018년 4천2백여 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한열문화제 개최, 이한열문학상과 만화상 시상, 장학금 지원 등 이한열 열사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과 콘텐츠를 선보이자 방문객이 늘었다는 게 이한열기념관의 설명.

특히 이한열 열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민주화에 기여한 이들을 조망하는 전시도 여는 등 방문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이한열기념관이 관의 지원 없이 민간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소규모 기념관의 운영 측면에서 보자면 눈여겨볼 만한 대목입니다.

[ 전화인터뷰 : 이경란 / 이한열기념관 관장 ]
이한열이라는 이름, 혹은 박종철이라는 이름이 우리 국민들에게 좀 미안한 이름이잖아요.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한테는 부채 의식이 있는 이름이고, 젊은 사람들한테는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인데, 박종철(센터)만의 독자적인 고민과 아울러 박종철이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많은 분들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 스탠드업 : 박주현 기자 / romanticpjh@hcn.co.kr ]
여러 우여곡절 끝에 준공 시기가 늦어진 박종철기념관 건립 계획.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이제라도 구체적이고 철저한 계획 수립을 통해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찾을 수 있는 시설을 지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야만 민주화를 향한 격동의 시기를 기억하고 박종철 열사의 민주주의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한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HCN뉴스 박주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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